울산항운노동조합이 경쟁 노조인 온산항운노동조합의 하역 작업을 방해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적발돼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17일 "지난 2019년 1월 울산항운노조가 소속 조합원을 동원, 농성용 텐트·스타렉스 차량 등으로 부두 진입 통행로를 봉쇄하는 등 온산항운노조의 하역 작업을 방해한 행위에 시정 명령과 과징금 10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행법(직업안정법)에 따라 항만 내 하역 근로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허가를 받은 노동조합에 소속된 근로자만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항만 하역사는 지역별 항운노조와 노무 공급 계약을 체결한 뒤 근로자를 공급받고 있다.
울산항운노조는 1980년 근로자 공급 사업 허가를 받은 뒤 지금까지 울산 지역 항만 내 하역 인력 공급을 사실상 독점하다가, 2015년 8월 온산항운노조가 새 허가권을 받아 시장에 진입하자 이런 범법 행위를 저질렀다.
온산항운노조는 2016년 7월 선박 블록 운송 하역사인 \'글로벌\'과 근로자 공급 계약을 맺은 뒤 하역 작업을 시작했는데, 울산항운노조의 방해로 이 계약은 결국 해지됐다.
글로벌은 온산항운노조와 계약을 해지한 다음 날 "울산항운노조에서만 근로자를 받겠다"고 계약했지만, 부산고등법원의 조정에 따라 2019년 1월 계약 당사자는 온산항운노조로 바뀌었다.
계약 직후 온산항운노조는 글로벌의 선박 블록 하역 요청에 따라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자 이에 반발한 울산항운노조가 부두 진입 통행로를 차량과 텐트 등으로 막아섰다. 선박 블록을 하역하기 위해서는 바지선이 정박해 있는 부두로 운송 장비를 옮겨야 하는데, 온산항운노조 근로자가 이동하지 못하도록 길을 원천 봉쇄한 것이다.
스타렉스 차량을 이용한 부두 봉쇄 (사진=공정거래위원회)울산항운노조의 방해에 따라 온산항운노조의 하역 작업은 중단됐고, 화주인 세진중공업은 글로벌과의 운송 계약을 해지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과 온산항운노조와의 하역 근로자 공급 계약도 끊어졌다. 세진중공업은 당일 오후 울산 소재 업체인 \'동방\'에 하역을 다시 의뢰했고, 동방의 요청에 따라 해당 일감은 울산항운노조로 넘어갔다.
결국 글로벌은 온산항운노조에 금전을 보상하는 조건으로 근로자 공급 계약 해지를 합의했다. 온산항운노조는 울산항운노조의 방해에 의해 2016년에 이어 항만 하역 근로자 공급 사업 기회를 재차 잃어버렸고, 해당 시장에서 사실상 배제됐다.
특히 근로자 공급 사업자가 최근 1년간 실적을 내지 못할 경우 해당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온산항운노조는 유일한 거래 상대방이었던 글로벌과의 계약이 해지돼 시장에서 아예 퇴출당할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이런 행위는 공정거래법(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는 사업 활동 방해에 해당한다"면서 "항만 하역 근로자 공급 사업 시장 내 불공정 거래 행위를 계속 감시하겠다"고 했다.
울산항운노조의 지난 2019년 근로자 공급 실적액은 561억 4200만원이다. 공정위는 이 범법 행위가 \'중대성이 약한 위반 행위\'라고 판단해 1000만원의 정액 과징금을 매겼다. 중대성이 약한 위반 행위의 과징금액은 500만~2억원이다.
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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