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문화유산 터나 역사적 사건 현장을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해 세워지는 표석(標石)을 신설, 철거, 이설, 문안 수정, 보수할 때 일관되게 적용할 '서울시 역사문화유적 표석 정비 가이드라인'이 이달부터 본격 시행된다.
'85년 표석이 처음 만들어진 이래로 현재 서울시내에 총 320개 표석이 세워졌지만 그동안은 일관되고 통일된 정비 및 관리 원칙이 부재한 상태였다.
이 때문에 표석의 문안 구성이 제각각이거나, 근거자료가 없거나 부족해서 정확한 위치 확인이 힘든데도 불구하고 표석이 세워진 경우가 있어서 이로 인해 시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기도 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명지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표석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중 절반이 넘는 177개는 위치나 문안내용 등에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새로 마련되는 가이드라인에선 신설 및 철거시 적용해야 할 원칙, 일관된 문안 구성 및 내용, 정확한 고증을 거친 위치, 시와 자치구 등 기관별 관리 역할 분담까지 망라했다.
가이드라인은 앞으로 새로 만들어질 표석은 물론이고 시가 '16년까지 단계적 정비 계획을 밝힌 바 있는 177개 표석에도 적용된다.
가이드라인은 ①표석 정비 기준 ②문안 작성 기준 ③기관별 역할분담 세 가지를 골자로 한다.
<신설‧철거‧이설‧문안 수정‧보수 시 정비 기준 제시… 정확성 문제 사전 예방>
표석 정비 기준에서는 ▴신설 ▴철거 ▴이설 ▴문안 수정 ▴보수 시 공통으로 따라야 할 원칙을 담았다.
핵심은 정확한 고증을 담보해야 한다는 것. 그동안 고증의 정확성 문제는 표석 오류의 주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표석 신설은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유적지 가운데 만들어진 후(사건의 경우 발생, 인물의 경우 사망 이후) 50년 이상 지난 것 중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인정되고 고증을 통해 유적의 원위치가 정확하게 확인되는 대상을 원칙으로 한다.
철거는 '하도감 터'처럼 원래 유적 일부가 남아있거나 '이항복 집 터' 같이 문화재로 승격되고 주변에 문화재안내판이 별도로 세워져있어 그 역할이 중복돼 표석 설치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에 할 수 있다.
위치 및 내용을 알려주는 근거자료가 없거나 부족해서 서울시 공공의 표석으로서 문제점을 갖고 있거나 특정 개인‧가문‧집단의 홍보 등 사적인 이익을 위한 경우에도 철거할 수 있다.
이설은 표석 형태와 문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위치만 이동하는 것으로서 종로구 통의동 67-3번지에 설치된 '김정희 선생 집터' 표석처럼 위치가 잘못되었음이 사료를 통해 명확하게 확인되는 경우 유적의 원위치(적선동 적선현대빌딩 앞)로 이설한다.
문안 수정 대상은 ▵역사적 사실 관계나 사건의 전개상황이 적확하지 않거나 오류가 있는 경우 ▵불필요한 내용이 들어가 있는 경우 ▵문안이 표제어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 ▵오‧탈자가 있는 경우 등이다.
<표제어와 본문으로 구성… 평이한 언어와 표현 사용해 3문장 이내로 간결하게>
시는 문안 작성에 관한 기본원칙도 세웠다. 표석의 명칭인 '표제어'와 '본문'으로 구성하고, 다양한 연령층이 이해하기 쉽도록 내용은 평이한 언어와 표현을 사용해 역사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도록 한다.
'본문'은 세 문장으로 간결하게 구성한다. 첫 번째 문장은 해당 문화유산의 내용을 한 마디로 압축하고, 두 번째 문장은 첫 문장을 보완해서 구체적 사실, 근거, 원인, 결과 등을 상세히 서술한다. 세 번째 문장은 표제어와 해당 문화유산 터의 연관성을 부가적으로 서술한다.

언어 표기 방식과 관련해서 표제어에는 한자를 병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영어 등 외국문자는 필요한 경우 병기할 수 있다.
본문은 국문만 표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해당 문화유산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필요한 일부 용어에 한해 한자를, <베델 집 터> 같이 외국 사람과 관련 있는 경우는 영문을 병기할 수 있다.
<시는 계획 수립, 타당성 검토, 심의하고 자치구는 정비사업 시행 및 유지 관리>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기존에 시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하던 표석 정비 업무를 자치구와 시가 관리주체별로 분담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두 차례에 걸쳐 자치구의 의견도 수렴했다. (1차: '14.3.6~3.21, 2차: '14.3.24~3.24)
시는 ▴표석 정비 계획 수립 ▴문헌 및 현장 조사를 통한 타당성 검토 ▴서울시문화재위원회 심의 ▴표석 정비 사업대상 결정 등을, 자치구는 표석 정비 사업을 시행하고 유지관리 사무를 맡아 표석 관리업무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갖추게 됐다.
시는 '85년 당시, '86 아시안게임과 '88 서울올림픽 등에 대비해 표석을 설치한 이후로 정비에 관한 업무를 주도적으로 추진해오고 있지만, 30년 가까이 지나면서 비지정 유산들이 다수 발굴됐고 현재는 시 전역에 300개가 넘는 표석이 설치된 만큼 자치구와의 분담을 통한 체계적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표석 신설이나 정비가 필요한 경우 해당 자치구에서 신청(제안)을 하면 ▸시에서 타당성 검토 및 서울시문화재위원회(표석분과) 심의를 거친 후 사업대상을 결정해 ▸자치구에서 표석 신설‧정비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정비 사업 진행 과정에서 해당 자치구 및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후 시행 의무화>
아울러 이 과정에서 해당 자치구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듣도록 의무화했다.
예컨대 서울시가 철거 사유에 해당되는 표석을 정비할 계획이라면 사전에 해당 자치구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을 거친 후에 정비계획을 수립‧시행하는 식이다.
지정 문화재뿐만 아니라 표석 같은 비지정 문화재에도 사전 의견청취 절차를 도입함으로써 시민과의 소통 강화는 물론 문화유산의 가치에 대한 시민사회의 인식을 높이는 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표석 디자인 제작 및 설치 매뉴얼' 연내 발간 및 유적지 관련 자료집 발간 예정>
한편, 시는 제각각인 표석 디자인에 대한 일관‧통일된 ‘제작 및 설치 매뉴얼’도 연말까지 마련해 자치구 표석 업무 담당자들이 표석 디자인을 각 유적별 특성 및 도시 환경과 조화롭게 적용해 정비사업을 추진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표석 설치 유적지 대한 자료집을 발간하고 표석이 담고 있는 다양한 스토리 등 보다 상세한 정보를 시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제공할 계획이다.
황요한 서울시 역사문화재과장은 “가이드라인을 통해 표석 정비와 관련한 일관되고 통일된 기준안을 마련하게 됐다”며 “유적 위치와 문안 내용 오류 같은 문제를 개선하고 표석의 정확성을 한층 높여 잘못된 정보전달과 시민혼란을 방지하겠다”고 말했다.

최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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