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초고령사회에 대응해 퇴직연금의 ‘평생소득’ 기능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논의에 나섰다.
금융감독원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은 14일 금융감독원 대강당에서 퇴직연금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퇴직연금의 장수리스크 대응 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늘어나는 장수리스크에 대응하고, 퇴직연금이 안정적인 노후 소득원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장수리스크는 은퇴 후 예상보다 오래 생존하면서 노후 자금이 부족해질 수 있는 경제적 위험을 의미한다.
정부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에 정부는 장기 연금 수령을 유도하기 위해 종신형 연금의 연금소득세율을 3%로 인하하고, 20년 초과 수령 시 퇴직소득세 감면율을 최대 50%까지 확대하는 세제 개편을 2026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세미나에서는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연금 수령 행태도 공개됐다. 2025년 퇴직연금 수급을 시작한 60만1000명 가운데 83.5%인 50만2000명이 일시금으로 수령한 반면 연금 형태로 받은 가입자는 16.5%인 9만9000명에 그쳤다.
연금 수령자 가운데서도 단기 수령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확정기간형 기준으로 82%가 10년 이하 기간을 선택했으며, 20년 초과 장기 연금을 선택한 가입자는 2.3%에 불과했다. 세부적으로는 5년 이하 17.5%, 5~10년 64.3%, 10~15년 9.1%, 15~20년 6.8%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러한 현상이 퇴직연금이 여전히 ‘목돈’이나 단기 자금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일시금 수령이 일반화될 경우 기대수명 증가에 따른 장기 노후 기간 동안 안정적인 소득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세미나에서는 퇴직연금의 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다양한 개선 과제가 논의됐다. 우선 은퇴 이전 단계에서 IRP 계좌 해지 등을 통한 조기 인출을 줄이고 담보대출 등 대체수단을 활용해 연금 적립금을 유지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동아대 김대환 교수는 “적립금 담보대출 활성화 등을 통해 가입자가 가능한 오랜 기간 퇴직연금 제도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신탁형 퇴직연금 가입자의 장기 연금 수령 확대 필요성도 논의됐다. 현재 일부 사업자는 연금 수령 기간을 최대 20년으로 제한하고 있어, 사망 시 잔여 적립금을 반환하는 구조의 종신연금 상품 개발과 20년 초과 상품 확대 필요성이 제기됐다. 하나은행은 한국과 영국, 호주 사례를 비교하며 퇴직연금 내 종신연금 확대 필요성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연금 수령 기간 동안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한 상품 개발 필요성도 제시됐다. 원금 손실 가능성을 낮추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보증형 실적배당보험 등 장기 인출기에 적합한 상품 활성화 방안이 논의됐다.
서재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퇴직연금은 목돈이 아니라 장기간 지급되는 평생소득이라는 본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며 “가입자들이 다양한 연금 수령 기간과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상품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퇴직연금 사업자들도 단순 운용기관을 넘어 가입자의 노후 설계를 지원하는 파트너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명석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가입자의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장기 적립과 연금 수령 확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향후 도입될 기금형 제도에서도 연금상품 다양화와 인출기 맞춤형 솔루션 제공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은 이번 세미나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퇴직연금 제도 개선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하반기 중 퇴직연금 사업자 및 관련 협회와 함께 퇴직연금 가이드북을 제작·발표해 가입자들의 노후 설계를 지원할 예정이다.
김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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