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제주 4·3 평화공원 참배를 계기로 국가폭력 범죄의 민형사 시효 제도 폐기와 4·3 명예회복 완결 의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는 29일 오전 제주 4·3 평화공원을 찾아 영령을 추모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는 29일 오전 제주 4·3 평화공원을 찾아 영령을 추모하고 유족들과 만났다. 이번 방문은 국가기념일인 제주 4·3 희생자 추념일을 앞두고 이뤄졌다. 정부는 2014년 4·3 희생자 추념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고, 이후 매년 정부 주관 공식 추념식을 열고 있다. 이 대통령 내외는 위령탑에서 헌화·분향한 뒤 위패봉안실과 행방불명인 표석을 찾아 희생자들을 기렸다. 위패봉안실에는 1만5126위의 위패가 봉안돼 있다.
이 대통령은 이 날 방명록에 “제주 4·3을 기억하며 국가폭력의 재발을 막기 위해, 민형사 시효제도를 폐기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방명 장면을 지켜본 임문철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등 관계자들은 박수로 호응했다. 방명록 문구는 참배의 상징적 메시지에 그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이어진 유족 오찬 간담회에서도 국가폭력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와 소멸시효를 배제하는 입법을 재추진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오찬 간담회에는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오영훈 제주도지사, 김한규·문대림·위성곤 국회의원과 함께 김장범 제주4·3희생자 유족회 회장, 임문철 이사장, 오인권 제주4·3 생존희생자 후유장애인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제주 4·3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역사”로 규정하고, 진실을 알리기 위해 분투해 온 유족과 제주도민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했다. 이어 왜곡과 폄훼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국회와 제도 개선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제시한 후속 과제는 명예회복의 범위를 제도 전반으로 넓히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 대통령은 9차 희생자·유족 신고 기간과 가족관계 작성·정정 기간 연장을 추진하고, 2025년 4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제주 4·3 기록물을 평화의 상징으로 확장하기 위한 아카이브 기록관 건립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22년 특별법 개정으로 보상과 명예회복이 본격화된 데 이어, 신고·정정·기록 보존 체계까지 보강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특히 4·3사건 진압 공로 서훈 취소 근거를 마련하고, 국가폭력 범죄에 대한 시효 배제 입법을 다시 밀어붙이겠다고 했다. 지난 정부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를 통과하고도 시행되지 못한 법안을 거론하며 “나치 전범과 같이 국가폭력 범죄는 영구적으로 처벌받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입장도 밝혔다. 4·3 문제를 과거사 추모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국가폭력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혁 과제로 끌어올린 셈이다.
간담회에서는 유족과 생존 희생자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결정을 통해 유가족으로 인정받은 첫 사례인 고계순 씨는 “70여년 만에 한을 풀었다”고 말했고, 양성홍 제주 4·3 실무위 부위원장은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얼굴조차 모른 채 살아야 했던 시간을 전했다. 생존 희생자 김연옥 씨는 4·3으로 일가족을 잃은 뒤 평생 물고기를 먹지 못할 만큼 깊은 후유장애를 겪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 대통령은 제주 4·3의 가치가 한국 사회를 하나로 모으고 세계로 확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뒤, 내년 공식 추념식에서 다시 만나자고 말하며 90분 넘게 이어진 오찬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이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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