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침수 등 긴급상황에서 탈출 가능성은 차량에 적용된 유리 종류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화유리(왼쪽), 이중접합차음유리(오른쪽)
국립소방연구원은 차량 침수 등 긴급상황 발생 시 신속한 탈출을 위한 차량 유리 종류별 파손 특성과 탈출 가능성을 비교·분석한 실험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는 차량의 정숙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이중접합차음유리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운전자는 강화유리를 기준으로 탈출 방법을 인식하고 있어 실제 위급 상황에서 대응에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연구원은 강화유리가 장착된 차량과 이중접합차음유리가 장착된 차량을 대상으로 유리 종류에 따른 실제 탈출 가능성을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강화유리는 비상탈출망치나 타격(펀치)형 망치 등 전용 탈출도구를 사용할 경우 비교적 쉽게 파손돼 탈출 공간 확보가 가능했다. 다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차량 시트 머리 받침대의 금속봉을 활용한 방법은 창틀과 몰딩이 충격을 흡수하면서 유리가 파손 한계에 도달하기 어려워 신속한 탈출 수단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유리 중앙부보다 가장자리 부위를 반복적으로 타격할 때 파손 효과가 더 큰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이중접합차음유리는 머리 받침대 금속봉과 비상탈출망치, 타격형 망치, 카드형 망치 등을 이용해 반복적으로 충격을 가하더라도 유리 사이에 삽입된 중간막 때문에 타격 부위만 부분적으로 손상되는 수준에 그쳤다. 연구원은 이로 인해 단시간 내 탈출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고, 유리 파손만으로 즉시 탈출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동일한 비상탈출도구를 사용하더라도 차량 유리 종류에 따라 탈출 가능성이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나 차량 특성에 맞는 대응 방법을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연구원은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유리 종류별 행동요령도 제시했다. 강화유리가 장착된 차량은 비상탈출도구를 이용해 측면 유리 모서리 부분을 파손한 뒤 신속히 탈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반면 이중접합차음유리가 장착된 차량은 유리 파손에 의존하기보다 침수 초기 전동 창문 버튼을 눌러 창문을 개방하거나 문을 열어 빠르게 탈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SUV 등 객실과 화물칸이 연결된 차량은 측면 창문이나 문 외에도 트렁크를 탈출 경로로 활용할 수 있다. 연구원은 침수 초기 전동장치가 작동하는 동안 트렁크를 미리 열어두는 것이 탈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차량 구매자와 운전자는 차량 유리 좌우측 하단에 표시된 ‘Tempered(강화유리)’ 또는 ‘Laminated(이중접합유리)’ 표기를 통해 적용된 유리 종류를 확인하고 이에 맞는 탈출 방법을 사전에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연상 국립소방연구원장은 “이번 실험은 차량 유리의 파손 여부가 아니라 실제 탈출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실험”이라며 “국민들께서는 비상탈출도구를 차량 내에 비치하는 것과 함께 자신의 차량에 어떤 유리가 적용되어 있는지 미리 확인해 두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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