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웨이퍼에 안테나와 RF 스위치를 함께 집적한 웨이퍼 일체형 6G 안테나 ‘STARE’ 개념도. 위성통신과 자율주행 등 다양한 활용 분야를 나타냈다
6G 안테나를 반도체처럼 한 번에 찍어낼 수 있는 기술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기·정보공학부 오정석 교수 연구팀은 안테나와 전파 방향을 제어하는 RF 반도체 스위치를 하나의 웨이퍼에서 동시에 제작하는 웨이퍼 일체형 6G 빔포밍 안테나(STARE)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안테나와 전파를 제어하는 RF 반도체 칩을 각각 제작한 뒤 조립해야 했지만, 연구팀은 두 기능을 하나의 웨이퍼 안에 동시에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하나의 제품으로 결합한 것처럼, 서로 다른 두 부품을 하나의 반도체 공정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6G·위성통신에서 요구되는 초고밀도 안테나를 더 작고 저렴하게 제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권위의 국제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6G 이동통신과 위성통신은 기존보다 훨씬 많은 안테나가 동시에 전파를 원하는 방향으로 보내야 한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전파를 원하는 방향으로 반사하거나 굴절시키는 ‘스마트 거울’ 역할의 RIS(Reconfigurable Intelligent Surface) 및 신개념 능동형 안테나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기존 RIS는 안테나와 전파를 제어하는 부품을 각각 만들어 조립해야 해 제작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 액정은 반응 속도가 느리고 제작이 까다로우며, PIN 다이오드와 가변축전기는 고주파 손실과 표면실장 부피가 발생한다. 안테나 수가 늘어날수록 부품과 배선, 조립 공정이 함께 증가해 대규모 6G 시스템 구현의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반도체와 안테나는 크기와 설계 방식이 크게 달라 하나의 공정으로 제작하기 어려웠다. 반도체 소자는 주로 나노미터 단위로 설계되지만, 6G 안테나는 파장에 따라 밀리미터 단위 구조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반도체를 설계하는 프로그램과 안테나 전파를 계산하는 프로그램이 서로 달라, 두 분야를 동시에 다룰 수 있는 설계 도구가 없었다. 여기에 실리콘의 높은 유전율과 전파 손실, 웨이퍼를 관통하는 값비싼 공정까지 해결해야 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STARE(Semiconductor-Integrated Transmit-Array Architecture)라는 새로운 구조를 제시했다. 기존 RIS가 완성된 안테나에 전파 제어 부품을 하나씩 붙이는 ‘조립형 안테나 장치’였다면, STARE는 안테나와 RF 반도체 스위치를 하나의 웨이퍼에서 동시에 만드는 ‘반도체 일체형 안테나 장치’다. 안테나 수가 많아져도 개별 부품의 숫자가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아도 되어 대량생산에 유리하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RF 반도체 스위치의 구조를 최적화하고, 실제 측정값을 전자기 설계에 반영하는 공동 설계법을 정립했다. 이를 통해 반도체와 안테나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설계할 수 있었다.
또한, 연구팀은 웨이퍼를 관통하는 고가의 연결 공정을 사용하지 않고도 양면 금속 구조 사이의 자기적 결합을 이용하는 새로운 구조를 개발해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반도체 집적 구조가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는 평면형 전파 조향 장치를 구현했다. 최종적으로 제작한 시제품에서는 설계부터 제작, 전자 제어, 실제 빔 조향까지 모든 과정이 성공적으로 동작함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새로운 안테나를 만든 것이 아니라 6G 안테나를 반도체처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제조 플랫폼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금속 패턴과 내장형 스위치의 위치를 설계 단계부터 함께 정할 수 있어 사용 주파수와 설치 공간에 맞춰 형상과 배열을 바꾸고 능동형 안테나, 투과형 배열 안테나, RIS 등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 후속 연구를 통해 스위치 경로를 늘리면 더 정밀한 다단계 위상 제어도 가능하다.
최소 공정, 돌출 부품 없는 내장형 구조, 낮은 구동 전력과 나노초 수준의 초고속 응답을 바탕으로 장치의 크기·무게·전력·비용을 함께 낮추고, 저지연 6G 통신을 위한 전파 조향 장치의 초소형·초저비용 양산 기반 기술로 활용될 전망이다.
향후 기술이 고도화되면 지상망과 비지상망의 기지국·위성 안테나, 기존 중계기를 보완하거나 일부 기능을 대체하는 얇은 전파 조향 패널에 활용할 수 있다. 나아가 한 면에서 통신과 감지를 동시에 수행하는 ISAC(Integrated Sensing and Communication), 스마트팩토리의 군집로봇과 자율이동체 통신 제어, 저궤도 위성 연결, 무선전력전송, AI 데이터센터의 고속 무선 연결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정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안테나를 만든 뒤 가변소자를 붙이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반도체 스위치와 안테나를 처음부터 하나의 웨이퍼 안에서 함께 설계하고 제작한 것”이라며 “실제로 만든 소자의 측정값을 안테나 설계에 다시 반영해 반도체 공정과 전파 시스템 사이의 간극을 연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웨이퍼에 많은 소자를 한꺼번에 형성하면 배열이 커져도 조립 공정과 비용이 같은 비율로 늘어나지 않는다”며 “향후 파운드리와 협력해 대면적 웨이퍼와 다단계 위상 제어로 확장하고, 지상·위성 통신과 ISAC, 산업용 무선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 6G 전파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논문의 제1저자인 김진현 연구원은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하며, RIS (Reconfigurable Intelligent Surface) 및 빔조향 시스템 기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향후, RFIC와 RIS와의 결합을 통한 빔조향 시스템 개발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이 연구는 2021년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재원으로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이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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