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신라 정강왕때(886년) 효녀지은의 이야기이다.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장님인 홀어머니를 모시며 서른이 넘도록 시집을 가지 않고 봉양하며 살았다. 지은처녀는 품팔이를 하며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두 사람의 생활이 여의치 않자 부잣집에 자청해서 몸을 팔아 쌀 열섬을 받고 그 집 종이 되었다.
하루종일 그 집에 가서 일을 하고 저녁이 되면 어머니에게 밥을 지어드린 효녀지은이었다.
이런 날이 며칠 지나서 어머니가 딸에게 말했다. “지난번에는 음식이 거칠어도 맛이 있었는데 지금은 쌀밥에 고기반찬이지만 이리 속이 편치 않구나.”
지은처녀는 자신이 종이 되었다고 사실대로 말한다.
그 말을 들은 어머니는 한탄을 하며, “온전치 못한 내가 너를 종이 되게 하였구나. 애미가 살아서 무엇하리요.”라고 한다.
두 모녀는 껴안고 통곡을 했다.
지나가던 신라화랑 효종랑이 그 모습을 보았다. 효죵랑은 당장에 쌀100섬과 의복을 보내주고 지은의 주인에게 몸값을 갚아 양민의 신분을 회복시켜주었다.
효종랑과 함께한 지인들 수십도 감격해서 각기 쌀 한 섬씩을 각출해서 지은처녀에게 보내주었다.
정강왕도 이 일을 전해 듣고 벼500섬과 기와집 한 채를 하사하며 도둑을 염려해서 군사들을 보내 지키게 하였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있는 효녀 지은설화는 유명한 이야기이다.
이 대목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통일신라 말기, 평민들의 비참한 삶을 엿볼 수 있다.
삶의 기반이 없는 평민들은 품팔이로 하루하루를 연명했는데, 지은처녀처럼 건강한 여성의 노동력으로도 두 사람의 생활을 보장받지 못한 형편이었다.
또한 지은설화를 통해서 귀족과 평민의 빈부격차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귀족 효종랑은 부잣집 종 몸값인 쌀 열 섬의 열배를 가볍게 내놓을 재력이 있었다.
그와 뜻을 같이 했던 무리들도 선선히 쌀 한 섬씩 내놓을 만큼 되었다.
무리들은 중산층에 해당하는 사람들이지만 그 정도의 성금은 무리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정강왕이 군사를 보내 도둑을 지키게 한 조치를 살펴보면 소문난 효녀의 집에 곡식이 많아지자 도둑으로부터 그것을 지켜야 할 만큼 치안이 불안했던 것이다.
도둑으로 변한 평민들이 효녀의 재물까지도 가리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강왕 당시엔 권력투쟁이 극에 달해 왕의 평균 재임기간이 5년 정도였다.
권력은 부패하고 평민의 삶은 피폐해서 도둑이 되거나 터전을 잃고 떠도는 삶이었다.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1128년 전의 역사의 되돌이표를 보는 것같다.
어처구니없는 세월호 사건은 괴물 권력이 사회를 지배해서 생겨난 우리의 자화상이다.
폐기처분할 여객선을 일본에서 들여와 불법으로 증축하고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인명경시 풍조를 만든 사건이다.
침몰 초기에 출동한 해경 경비정이 좀 더 빨리 손을 썼더라면 3.4.5층 승객들은 모두 구조됐으리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검찰 수사관은 해경에게 수사정보를 넘겨주고 해경은 불법을 저지른 선박검사기관에 중요한 수사정보를 넘겨주었다.
302명의 희생자를 만들어낸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다.
해양경찰 간부는 이 와중에 골프를 치고. 케이비에스 국장은 302명의 희생자 수를 교통사고 숫자에 비교했다가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관피아가 판을 치는 세상이 만들어 낸 사고인데, 정작 문제의 중심을 파헤치지 못하고 있다.
소형선박으로 고기잡이 하는 어촌계나 힘없는 사람들은 안전점검을 이유로 생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한다.
본질을 간과하게 되면 똑같은 사건은 되풀이될 것이다.
희생자를 위해서 몇 천만 원. 몇 억을 쾌척하는 유명인들이 신라말 효종랑과 오버랩되는것은 역사의 아이러니인가.
_김원재 발행인
최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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